와인냉장고를 김치냉장고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 살면서 일반 냉장고에 김치를 저장하다가 룸메와 싸운 이후, 엄청난 검색을 하고 나서 한국 김치냉장고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는 상황에, 제일 저렴한 와인냉장고를 김치냉장고로 변신시켜보았다.  

단비 와인냉장고

 

김치 발효와 보관의 최적 조건 

김치의 생명인 유산균이 최대로 많이 자랄 수 있는 조건과 김치가 가장 맛이 좋은 온도는 1도에서 5도 사이라고 한다. 아마도 김치냉장고의 중요한 용도 중의 하나는 김치를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다. 

이에 반에 와인의 발효와 보관의 최적 온도는 12도~14도정도로 사실 김치 저장온도보다는 훨씬 높다. 김치과 와인이 모두 발효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같은 발효는 아니기 때문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음식들과 함께 보관하지 않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직사광선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아주 저렴한 와인냉장고를 고르게 되었다.   

 

그렇게 고른 와인냉장고 단비 (DANBY)

내가 고른 가장 저렴한 와인 냉장고로 모델명은 DWC172BLPDB였다. 아마존 온라인으로 고르는데 와인 냉장고도 대부분 좋은 제품들은 가격이 상당히 고가이기 때문에 리뷰가 너무 나쁘지 않지만 저렴한 제품으로 골랐다. 사이즈는 가장 작은 것, 가로세로와 깊이가 44센티 정도로 너무 크지 않으며 저장 온도 범위는 약 6도에서 14도 사이로, 17병의 와인이 보관 가능하여 충분한 저장공간이 있는 이 모델로 정했다.    

보통 와인 냉장고는 디자인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와인을 즐겨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잘 파악하여 보통 가정에서 파티용으로 거실이나 주방에 놓아도 아주 예쁘고 깔끔한 디자인 제품들이 많았다. 소음이 적거나 진동이 적을 수록 가격이 비쌌다. 물론 이러한 점들이 와인의 숙성과 맛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한다. 

 

와인 냉장고인 Danby의 김치냉장고로 사용했을 때 (장점과 단점)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Danby가 도착하고 내가 만든 깍두기를 잔뜩 넣어두고 와인냉장고를 김치 냉장고로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일반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가 분리되어 있어 김치를 꺼낼 때만 김치 냉장고 문을 열기 때문에 김치냄새가 덜났고 김치 냉장고도 온도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김치를 빨리 익히고 싶을 때와 아닐 때의 온도도 맞출 수 있겠지만 이 제품은 다양한 기능은 모두 제거하고 최소의 기능으로 가장 저렴한 콘셉트의 제품인지라 전원 버튼도 없이 전원코드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래도 빨리 김치를 숙성시키고 싶을 때는 전원코드를 뽑아두고 2일 정도 지냈다 그리고 냉장고 기본 온도로 1달까지 저장하고 있는 중이다. 여름철 기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너무 좋은 장점이었다.  

단비는 와인병을 보통 눞혀서 저장하기 때문에 내부의 단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데 일부러 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가격이 다른 전문제품에 비해 워낙 저렴해서 바랄 것이 없지만 앞문 유리가 코팅이 되어있어서 빛이 적게 들어가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소음 문제가 있는데 평소에는 아주 조용하다가 갑자기 소리가 날 때가 있어서 그때는 깜짝 놀라곤 하는데 김치냉장고의 최소한의 존재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론

한국의 LG 냉장고의 그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보고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살 고있는 한국의 친구들이 참 많이 부러웠다. 사실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 아주 맘에 쏙드는 LG DIOS의 와인셀러 미니를 사고 싶었지만 캐나다 밴쿠버에서 구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었다. 이중 글라스로 자외산을 차단시켜 외부의 빛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디자인도 맘에 들었었다. 캐나 다서는 제한된 모델만 수입되고 게다가 미국을 통해서 들어와서 세금도 많이 붙어 비싸게 보급되어 내가 원하는 모델은 구할 수 도 없었다. 그래도 와인냉장고를 김치냉장고로 사용할 생각을 했던 건 아주 성공한 모험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