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 한국에서 길고도 짧았던 휴가를 마치고 밴쿠버 캐나다로 돌아왔다.
코로나 시대 캐나다로 비행기 타고 여행한다는 건 정말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순수한 모험인듯하다. 코로나 시대 전보다도 더.
매달 새로운 코로나 관련 규칙들이 생기고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에서 그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봐야하고 그래도 막상 닥치면 미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난감한 일들이 생기곤 한다. 자가격리도 이젠 여행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라서 빼놓을 수 없는데 내 생에 두 번째 자가격리, 이번엔 캐나다 편을 공유해볼까 한다.
호텔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밴쿠버의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밖에 못나가지만 다행히 회사일은 이제 재택근무로 바뀌어서 집에서 일할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자가격리 5일 차에 인스타카트를 생전 첨 이용해서 코스트코에 주문을 해서 2주 동안 먹을 음식들을 배달받았다. 서비스는 비쌌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 대략 만족했다.
매일 아침마다 나의 몸상태를 보고해야 하고 14일동안 밖에 못 나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앱에 버튼을 누르고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인스타 카트에서 배달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빠른 배송에 내심 놀랐지만 이제 냉장고에 먹을 것이 좀 채워져서 기분이 좋게 하루를 보냈다.
자기 격리 6일 차에 캐나다 Health Athority agent 가 전화해서 자가격리에 불편함은 없느냐 아프진 않느냐 친절하게 물어보았다. 이러저러 이야기하다가 강아지 이야기가 나왔다. 자기 집에 두 마리 강아지를 키우는데 강아지를 키우려면 유기견을 키우는 것도 괜찮다며 전화를 끝맺었다. 그리고는 엄마가 나에게 보낸 소포가 주인을 못 찾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당황해서 전화기의 수신기록을 확인했지만 아무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다. 소포 EMS 트래킹 번호를 찾으려 했지만 찾는 번호가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도대체 내 패키지는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다.
자가격리 7일 차에 또 agent 가 전화해서 이번엔 아파트 앞이라는 거다. 문을 열으라고 하고 잠깐 면담을 한다고 한다. 약 10분 동안 신원 점검하고 혼자 자가 격리하는지 건강은 어떤지 물었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자가격리 감시하러 온 건지 사람이 정말 집에 있는지 확인하러 사람을 집으로 보내서 일일이 확인하나 보다. 캐나다는 세금을 이런 곳에 쓰는 건가.
자가격리 8일차 냉장고 청소를 했다. 오랜만에 냉장고가 꽉 차지 않아서 쉽게 정리하고 청소할 수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청소하는 건가. 이참에 청소도 하고, 냉장고가 눈이 부시다.
자가격리 10일 차, 드디어 코로나 셀프 테스트를 실시했다. 퀘벡에 있는 간호사를 연결해서 화상으로 진행하는 테스트 였는데 신기했다. 여기는 밴쿠버라서 아침 일찍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접속했는데 이미 내 앞에 300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할 수 없이 기다리면서 아침도 먹고 약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간호원이 접속되어 약 10분 정도의 테스트를 간단하게 마쳤다. 이날은 토요일이라서 주말에는 픽업을 안 한다고 하니 냉장고에 테스트기 포장을 넣어두어 월요일에 픽업할 수 있게 문 앞에 두면 되었다.
자가격리 12일 차, 오후 3시쯤 벨이 울리고 픽업맨이 연락이 왔다. 그렇게 내 테스트박스는 연구소로 향했다. 캐나다 에이전트에게 또 전화가 왔다. 자가격리 어떻게 지내는지 별일은 없는지... 소포를 못 받았다고 하니 격리 끝나고 받으러 가란다. 그리고 결과가 음성이 나오면 14일 이후에 나가도 좋지만 아니라면 14일 자가격리가 또 시작한다고 한다. 정말 코로나 걸린 사람들은 병원에 가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냥 다 나을 때까지 집에서 격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시스템인가.
자가격리 14일 차, 드디어 오늘... 아직도 테스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패키지가 우체국에 보관되어 있으니 7일 내에 찾아가라는 노트를 문밑으로 내밀었다. 아니 이것이 왜 지금. 그 메시지를 받자마자 우체국에 전화했는데 먹통이었다. 아얘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혹시 코로나 테스트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핸드폰을 보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Switch Health Portal에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눌렀다. 변한 건 없다.
자가격리 14일 차에 거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아무리 전화로라도 무엇인가를 해결하려 하면 할 수록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벽이 느껴지는 캐나다의 자가격리. 이런 자가격리에 캐나다 정부 공무원들이 전화하고 체크는 열심히 하지만 과연 필요할 때 도와줄까? 어떻게 그들이 알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푸념 어린 생각이 드는 자가격리 14일 차였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갔네. 내일은 자가격리 15일 차인데 자가격리 앱이 뭐라고 알려줄지 궁금하다. 내일은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틀 후 금요일부터 휴일이라서 아무도 일안 할 텐데. 내일은 꼭!!! 부탁합니다. 캐나다 공무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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